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생의 바닥

조성웅 7 1,400

 출근길 가는 비 온다

 

생의 바닥은 왜 이리 미끄럽고 또한 위험한지

천막을 치고

용접기 전원버튼을 올리는 그의 젖은 어깨가 위험해보였다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이 악물었는데

불행에 젖지 않는 일은 더욱 우연에 가까웠다

 

용접불꽃은 생과사의 경계에서 타오르고

가는 비는 이 불꽃의 공간을 가만히 열어준다

 

희망도 절망도 너무 낡아서

이미 축축해진 몸과 마음에 한기 같은 독한 마음이 들어찼다

오래도록 젖지 않았다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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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더욱 우연에 가까워지는 날이다"가 어렵다. 한번 더 접어 생각한 표현이고 네 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틀린 표현인데, 이게 약간 습관적인듯 하다는 느낌이 있다. 더 직접적인 표현이 쉽고 간명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표현 이전까지가 아주 깔끔한데, 마지막에 말이 꼬여서 흠으로 보인다.

 불행에 젖지 않는 일은 어렵다

정도면 깔끔하다. 그러나, "어렵다"가 주는 뉘앙스가 너무 통상적이고 부족하다. 글맛은 원본이 더 좋다. 글맛도 살리고, 의미를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이 없을까..? 어쨋건, 그건 내 몫은 아니다. 작가가 원본에 더 애정이 간다면, 그 이유가 잇을 것이다.
조성웅
힘 좀 빼고 상황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담백한 소묘처럼.
불행, 젖지 않는 일, 우연, 가까워지다의 조합이 삶의 안전장치 없는 사람들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면, 좀더 지켜보자 ㅎ
조성웅
작업중지권을 생각했으나, 너무 튀어 보이는 것 같아, 용접불꽃과 가는비, 가만히 열어주는, 오래도록 젖지 않는 공간, 시의 맥락을 따라 3행을 덧붙어 봤다.
조성웅
오후 4시30분 무렵 가는 비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었는지, 땀에 젖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은 몸으로 꾸역꾸역 저녁을 먹었다.
8시까지 잔업을 해야 한다.

SKC 10일짜리 셧다운 공사, 기본이 오후 8시까지, 2공수다.
급하면 철야도 해야 한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저녁 둥근달 보고 퇴근하는 삶
일 없을 땐 몇 달을 놀아야 했고
일 있을 땐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강도를 견뎌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도 절망도 너무 낡았다

8시 퇴근무렵엔 굵은 비 쏟아진다.
몸도, 마음도 너무 젖었다
쭉쭉해진 마음에 한기 같은 독한 마음이 들어찼다.
박상화
'오래도록 젖지 않았다'는 분노의 표현이지. 힘빼고 소묘로 가는 게 안되는 표현이쟎아. 네 마음은 그런데, 시는 오히려 몸이 시키는 걸 표현하는 것 같다. 시 좋은데. 희망도 절망도 낡고 대신에 독한 마음이 들어찬다는 표현이 마음에 쏙든다. 더 고쳐서 지나치지 말고, 그냥 마감해라. 지금 좋다.

만약, 나라면
 
희망도 절망도 너무 낡아서
이미 축축해진 몸과 마음에 한기 같은 독한 마음이 들어찼다
오래도록 젖지 않았다

정도로 마감하겟는데, 희망 절망과 독한마음의 대비가 빠지는 건 좀 아깝다. 시어와 시행이 한줄한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좋다. 이 시는.
조성웅
그래 한 줄 더 넣는게 낳겟다 ㅎ
탈의장도 누울 곳 하나 없어 흡연실 자갈밭에 앉아서 졸다 네 댓글 본다
낡지 말아야 하는데, 낡지 않는 것이 없구나 ㅠ
박상화
낡으면 대신 새것이 들어 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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