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새해의 시린 햇살 너머
지하철 창동 기지가 보인다
빨간 겨울내복에 얽힌 가족사와
5.18이 어린 시절 기억의 전부였던 남자
5.18만 생각하면 뼈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대학 입학하자마자 제발로 선배를 찾아간 남자
총학 간부였던 남자
학교 때려치우고 직업훈련소에서 용접을 배운 남자
현대중공업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김칫국으로 속 풀던 남자
이젠 지하철이 너무 좋아,
쉬는 날이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 안달이던 남자
노동자교실에서 정치학습을 하는 남자
서울시와 지하철 공사의 주린 뱃속을 폭로하는 남자
노동조합 지도부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는 남자
21C 전국지하철노조위원장이 되겠다며
조심스럽게 10년의 계획을 밝히던 남자
올 봄, 10년간 사귄 애인과 결혼한다며
입이 함지박만 해지던 남자
새해의 시린 햇살 너머
지하철 창동 기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