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노동자 꽃 - 정희양 동지의 영전에 바칩니다

해방글터 0 1,036

 

 

가건물로 지어진 구미 동국합섭 스판덱스 공장

화공약품에 화상을 입고

유행병처럼 피부병이 번져 간다

안전시설과 안정장비를 갖추라는 요구는

대규모 인사이동

화공약품에 온 몸이 썩어 들어갈 때마다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었다

 

악취에 코피가 나고 코가 헐었다

편두통이 심해지고 온 몸에는 붉은 반점과 종기가 

흰색 러닝셔츠엔 피와 고름이 묻어 나왔다

지난 10년간의 노동은

희귀한 외이도 선암 말기 환자

앞으로 2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

시한부 판정이었다

 

병원비에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틈틈이 청소부 일로 생계를 꾸리는 아내,

아버지 힘내라는 

두 딸아이의 눈물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병간호를 하는 아내는 

너무 자주 굶어 몸이 퉁퉁 부어 갔다

 

회사는 실밥도 풀지 않은 내게

휴직기간이 지났음으로 급여를 줄 수 없고

빨리 출근하라는 통보를 해 왔다

벌써 많은 동지들이 직업병으로 강제 퇴직 당했다

"회사는 10원짜리 하나라도 보상해 줄 수 없다

만약 법으로 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다

법으로 가려면 가고, 돈은 10원도 안되니까 하도급이나 받아라"

 

오른쪽 귀와

귀에서 뇌로 이어지는 모든 신경을 제거하고

오른쪽 뇌를 들어내었지만,

우쯕 턱뼈를 잃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우쯕 눈 시신경을 잃어 눈을 감을 수 없어도,

배 부분의 많은 살을 뇌로 이식해

몸은 뒤틀리고 허리를 펼 수 없어도,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강제 퇴원 당하고

부채로 인해 강제 퇴직 당했어도

난 내게 닥친 불행을 절망이라 부르지 않는다 

 

난 내게 닥친 불행을 절망이라 부르지 않는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나를 괴물 취급하는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다

변호사를 만나고 성당과 사회단체를 찾아간다

벌써 한달

동정의 눈길 이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회사는 동료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준 돈,

그 돈을 줄 테니 조용히 있으라고 협박한다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날들이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날들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생계가 걱정도 되지만

내가 동료들의 성금을 받지 않고 

또한 침묵하지 않은 이유는

더 많은 동료들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난 곧 죽을 수도 있으나

너무 고통스러워 포기하고도 싶으나

내 몸 속에 퍼져 가는 암세포처럼

다시 내 몸 속에 새겨진 것은

절망이 아니라 

투쟁!

절망을 넘어 피는 노동자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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