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자객처럼 가을이 왔다

조성웅 5 1,332

남들 다 쉬는

일요일 아침 출근 길

자객처럼 가을이 왔다

 

난 적의 목젖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비수도 날카롭게 벼리지 못했다

 

내 젖은 몸은 붉은 단풍처럼 통증만 깊어가는데

어쩌자고 절정의 가을은 물 밀 듯이 내 둥근 땀에 와 맺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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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몸에서 열이나는 이유는 우리 몸이 냉각기관이기 때문이다. 체온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몸을 식히려면 열을 분출해야 한다. 그것이 땀이고, 얼굴에 홍조를 띄는 이유다.

가을은 자객처럼 오는데, 나는 자객이 되지 못하였다. 답답한 마음이 열을 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몸은 식히려고 붉게 달아오르고 땀을 낸다. 땀을 내려니 근육이 움직여 통증이 온다. 모든 통증은 치유하려는 몸의 작용이다. 그런 때에 몸은 그야말로 순진무구하다. 오로지 내 몸이 평안하기만을 바라며 활동한다. 몸에게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문제 따위는 없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죽여 고름을 내고, 열이 나면 피부를 붉게 물들여 배출하고 땀을 만들어 배출한다. 직접적인 삶이고, 골치아픈 문제의 해결보다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게 먼저라는 말씀같다. 

무협이야기에서 보면 진정한 자객은 온줄도 간줄도 모르고 결과만 놓고 사라진다. 무사시의 오륜서에는 지극히 평온한 상태만이 적을 이길 수있는 기본이라고 하였다. 스스로 평온하여야 한다. 그 다음에 자객이 되는 것이다.

땀을 흘리고 나면 시원할 것이다. 모든 무술의 기본은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는 것이다. 준비운동 2시간에 대련 십분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내가 먼저 다친다. 그런 허당자객이 될 것인가. 준비운동 두시간, 지치는 시간동안 자객의 몸이 만들어 진다. 십분의 대련은 그 다음이다. 마음이 먼저 지치지 마라.
조성웅
어깨에 힘을 빼야 하는데, 난 여전히 너무 힘을 줘 더욱 어설프고, 어설프게 일하다 오늘 그라인더에 손등을 갈았다. 다행히 살점이 파지지는 않았다. 현장소장이 보더리 구급약통을 꺼내 소독하고 빨간약 바르고 붕대 갑고 다시 일했다. 다들 자기 일 하기 바쁘다. 쉬는 시간 붕대 감은 내 손을 보고 묻는 이도 있었다. 그라인드에 갈았다고 하니, 한 말씀 하신다. 절대 무공을 전수해주진 않구 ㅋ 짧은 파이프 그라인더 할 때는 목장갑 끼지 말고 피장갑 끼고 하라구 ㅎ 그렇게 쓸쓸하고 외롭고 서러운 비정규직의 생은 깊어가는 것이다.
박상화
손등갈고 피장갑 배웠네. 무협지의 최대 단점은 절대 무공을 전수해 준다는 신앙인 것 같애. 절대무공은 내 몸을 갈아 만드는 것인데.
힘 내자.
아직 경험하지 못하여 새롭고 놀라운 쓸쓸함, 외로움, 서러움이 나이 오십에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쓸쓸함, 외로움, 서러움에 몸을 갈면서 절대초식을 익히는 시간이 나이 오십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된다. 
여기 살림이 정리되면 가서 자넬 따라다니며 그라인더 조공일을 해볼까, 이 나이의 생 초짜를.. 써줄까?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신경현
자객은 기본적으로 검술에 능해야 하는 법/그러나 잊지 말것/ 싸움 속에서 죽음을 이겨내는 건/적의 칼날을 비켜가는 민첩함이 아니라/칼집에서 칼을 뺄때 부터 생겨나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두려움을 이겨내고 중력을 이겨내는 경공술을 익혀야/천길벼랑아래 떨어져도 살아날 수 있다
박상화
두려움을 이겨내면, 경공술은 배울 필요 없지 않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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