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실핏줄을 타고 마지막 남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첫사랑의 내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속으로 차 올라 얼굴 붉혀진 가을 숲은
촉촉하다
안개는 무엇인가 잔뜩 임박해 있는
예감의 붉은 단풍잎을 문패로 내어 건다
낮게 드리워진 하늘을 뚫고 일어서려는 모습으로
나무는 손을 뻗고 있다
예전엔
나뭇가지의 방향이
저렇게 공격적인 줄 몰랐다
떨어진 낙엽은
새로운 평가
새로 싹트려는 신뢰
속으로 속으로 차 오르는 일
속으로 차 올라
어쩌지 못해 내어 뻗는
손짓,
예전엔
나뭇가지의 방향이
저렇게 공격적인 줄 몰랐다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작고 단단한 별들이 팅.팅.팅 켜진다
참! 맑고 찬 별 빛들,
서로가 서로의 나이테를 두르기 시작한다
회의하지 않기 위해 뿌리는 더욱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