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다시 젖은 몸으로

조성웅 6 1,489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활동 그만 두고

플랜트 배관 일 나갈 때

아내는 내게 말했다.

 

너는 너 좋은 일만 여태껏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가족을 위해 살아라

세상의 모든 가장들이 겪고 있는 모든 굴종을 견뎌라

 

오직 몸으로 겪어내야 할

짠내 나는 시간이 오고 있다

 

나는 젖은 몸으로

                    다시 자본론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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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여태 것 -> 여태껏
박상화
땀으로 읽는 자본론은 어떤 것이 되려나. 돈때문에 굴종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면서. 세상의 모든 가장이 되어.
조성웅
땀으로 읽은 자본론은 가장 급진적일 거야 ㅎ
박상화
사람의 글은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 가령 아무리 강력한 논리로 무장한 고학력자의 글이라도 몸이 고되지 않으면 글에서 땀냄새가 풍기질 않거든. 말하자면, 본인의 노동이 20%고 잉여의 여가가 80%인 사람의 글은 아무리 현란한 문구로 노동만을 강조해도 80%의 잉여가 보이게 마련이라는 거지. 땀은 근육의 땀도 있지만, 고뇌의 땀도 있고. 펜노동자의 고뇌는 입냄새가 땀냄새인 셈이겟지. 하여커나, 그의 몸이 가는 만큼 글도 가는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잘 포장된 글도 땀흘려본 사람이 읽으면 아니다 싶은 게 있쟎아. 그건 글쓰는 사람이 치장으로 덮으려야 덮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
아, 뭐.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땀으로 읽는 자본론은 가장 진실에 근접한 것일 거라는 것. 이빨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지는 글이 될 거라는 것. 그건 명망있는 글쟁이의 글보다 힘이 셀거라는 것. 어머니의 힘 같은 거지.
어쩌다가 오늘 이대흠시인의 페북을 훝어보게 되었는데, 그중에 어머니에 대해 쓴 시가 있었어. 아까운 것들을 어머니는 아끼고 작자는 버리라고 하는데, 마지막에 시인의 깨달음이 그래서 어머니구나 하는 그런 시였지. 어머니는 온 몸으로 살아내신 삶의 경험으로 품고 아끼시는 거지. 어머니의 행적이야 말로 땀으로 읽은 자본론 그 자체이겠지. 이 땅 모든 어머니의 몸짓은 다 성경이고 불경이고, 자본론이며 공산당선언이야. 글과 논리를 녹이고 삭혀서 몸짓으로 풀어내시는 거야. 그 힘을 누가 이기겠나.
어머니는 네 말대로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포용적인 책이지. 그 힘을 종이위에 끄집어 내는 게 시인의 할 일 이겠다 싶지. 곰삭힌 젓갈을 찬종지에 담아 밥상에 올리듯이 구체적으로. 그러니 많은 작가들이 그리듯이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풍경화는 쓰기 쉽지만, 작가가 어머니가 되어 독자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건 엄청 어렵겠지. 친구 잘 둬서 땀으로 읽고 삭혀서 한상 차려 내 주는 자본론 귀경이나 함 해보세. ^^ 

싱싱한 생선과 소금이 천지인 바다에는 그러나 어머니의 젓갈은 없다. 바다는 자연이고, 젓갈은 어머니가 개입해야만 숙성되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찬찬히.
조성웅
학교 다닐 때, 한 학번 선배인 시인 조연호와 이대흠은 찰덕궁합이었고, 연호는 나와 나이가 같아 친구가 됐어. 연호는 당시 슬래시 메탈에 빠져 메탈곡을 작곡하고 직접 연주도 했지. 사실 대흠 선배는 짱짱한 구석이 있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어. 난장 피는 걸레였던 내게, 니가 역사적 유물론을 아느냐고, 나의 어설픈 객기에 돌을 던졌지. 이후 더 다가가기 힘들었지.  하지만 내가 부러워 할 문장들을 지니고 있었어. 연호도, 대흠 선배도.

당시 친했던 연호는 좀처럼 따라 읽기 힘든 문장과 단어를 나열하고 있어 참으로 다가가기 힘들고, 당시 다가가기 힘었던 대흠 선배는 일상적 풍경과 관계 속에 숨겨져 있는 긍정적인 힘을, 친절함을 발굴 해 나를 초대하네 ㅎ   

내가 젖은 몸으로 읽은 자본론은 조연호의 길이 아니라 오히려 이대흠의 길이야 ㅎ
박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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