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엄마의 소원은 방안에 정지가 있는 집에서 살아보는 거였다
엄마는 방안에 정지가 있는 한옥 흙집에서 이틀을 주무시고 떠나가셨다
엄마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방안에 정지가 있는 한옥 흙집이 무섭도록 낯설어졌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았던 잣나무숲은 잠시 단풍이 지나가자 더욱 외로워졌다
정처 없고 막막해보였지만 더욱 정갈해졌다
다하지 못하고 그토록 응결된 엄마의 한뭉치의 말씀이 폭설이 되어 내리기도 했다
곁을 잃어버리자 세계가 위험해졌다
주소지가 없는 바람꽃이 인적이 끊긴 겨울밤을 방문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죽음의 한도마저도 넘어서고자 했던 엄마의 눈빛이 생각났다
말기 암마저도 몸에 온 손님처럼 맞이했던 특이하고도 긍정적인 눈빛이었다
다 내어 준 이후에야 비로소 채워지는 너른 곁,
그 눈빛이 내 심장에 서렸다
새벽녘 일어나
내 생의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한파에도 얼지 않은 석간수 한 대접 들이켰다
이번 생이 더욱 생생해지는 것 같았다
바람의 기원에 뿌리를 내린 잣나무숲은
내 생을 뒤흔들 뭇별들을 위로처럼, 격려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푸석푸석하고 메마른 내 생의 미생물들도 곧 뭇별들을 품어 촉촉한 삶의 광합성 작용을 시작할 것이다
엄마 곁에 있으면 느껴지는 게 있다
곁은 장악 할 목표가 아니라 무수한 협력이란 걸
자기 생을 고스란히 내어주고 서로 깃드는 거란 걸
생생하게, 생생하게
나는
2016년5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