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존중

해방글터 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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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협착으로 안거나 일어서는 것도 영 서툰 아버지는 

매일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엄마에게 뜸을 떠 준다 

 

손마디 굵고 눈 어두운 아버지 

쌀알 반톨 만큼의 크기로 쑥을 잘 말지도 못하고

뜸자리에 말은 쑥을 정확하게 올리지도 못했다 

뜻대로 안되니까 예전처럼 짜증도 내고 성질도 부려보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암세포에 스며드는 쑥뜸의 화기에 

엄마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맨다  

 

오늘도 뜸뜨는 시간은 전쟁 통 같지만 

난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옹다옹 싸우지만 

엄마를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텃밭을 구했다

엄마 먹을 유기농 작물을 키울 생각에

아버지는 싱글벙글, 내가 본 모습 중에서 가장 밝았다

 

지금 아버지가 하는 일은 아장아장, 

전부 처음이었다

엄마 먹을거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매주 한 번 숯가마에 다녀오고 

산책 시간에 맞춰 엄마 손 잡아끌어 길을 나선다   

내가 화천을 떠나기 전에 심은 배추와 총각무를 

직접 손질하고 다듬어주기까지 했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도 자기 습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저력,

천하의 가부장이었던 아버지가 

쑥스럽게도 배려를 알아가고 조금은 더 친절해졌다

 

엄마의 웃음은 활짝 펴져 있었다

치유를 위한 결정적인 치료제,

엄마는 존중 받고 있었다  

 

 

2014년4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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