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1
엄마 몸을 찾아 기거 하고 있는 강원도의 바람처럼
엄마는 있는 듯 없는 듯 말기 암과 함께 산다
아버지는 환자가 환자 같지 않다고, 천만다행이라고 말한다
엄마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고 아픈데 없이 하루를 산다
어떻게 죽음 앞에서도 저렇게 조금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의 긍정적인 힘은 뭐라 설명하기가 참 힘들다
정말 자연발생적이었다
2
엄마 곁을 떠나기 전 심은 배추와 총각무는
땡볕을 잘 견디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긍정적인 힘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난 또 다시 가을 태풍을 견뎌야 하는
배추와 총각무의 미래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무수한 중심을 갖고 있었다
무수한 중심,
대의하지 않고 서로를 잘 가꾸는 일은
이 시대 가장 비판적인 삶이다
아름다움에 의지하는 것이 구성된 힘의 대부분이었지만
배추와 총각무는 태풍을 횡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4년4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