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나뭇잎 하나에도 정이 드는 봄밤
동지들을 기다리며 저녁을 짓는다
밥을 안치고 다래를 넣은 된장찌개와 쌈장을 만든다
푸른 저녁은 눈 밑에서 찰랑거렸고
밥 익는 냄새에 동지들의 땀내음이 배어든다
된장찌개와 상추쌈과 따뜻한 밥에
모두들 생기가 돈다
토론은 진지했다
누구도 열정을 빌어 함부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클들의 경쟁과 단조로운 성장에 조급해 하지 않았다
많이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류로부터 진실로 배우는 것
현장으로 뻗어가는 우리의 실천은
식물성으로 자라고 있었다
자본 밖으로 난 길 위에
한 동지가 남긴 굽 닳은 구두 한 짝,
그 발걸음 잠시 쉬어도
초록빛 숲의 내력으로 살아 있었다
나뭇잎 하나에도 정이 드는 봄밤
한 동지가 이야기했다
노동자에게는 노동자의 길이 있다
동지들의 긴장된 눈 속으로 붉은달, 붉은달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