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현미잡곡밥, 청국장, 도토리묵, 마늘, 고추장아찌를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엄마와 함께 문경, 해지는 들녘을 걸었다
가팔랐던 내 마음도 어느새 평평해졌다
엄마의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벼이삭처럼 자라는 해지는 들녘이었다
차랑차랑 벼이삭을 흔들며 단내 나는 바람이 분다
엄마의 고단하고 쭈글쭈글했던 삶이 조금씩 펴지고 있었다
엄마 손은 고즈넉했으나
그 손을 오래도록 잡고 있으면
문자로 요약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난 이 따뜻함에 기대어
융합도, 통합도 아닌
서로 품고 스며들어 하나 되는 어떤 시간 속으로 가고 싶었다
2014년3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