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아버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내가 아버지와 하는 짓이 쏙 빼닮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을 그대로 허용할 때가 가장 비참했다
이제 이율배반을 인정할 수 있는 경박한 나이가 되었지만
난 아버지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개가 되고 난 이 개새끼야가 된다
아버지와의 모든 대화는 부자의 인연을 끊자로 요약되곤 했지만
아픈 엄마를 아버지 곁에 두고 연 끊고 살 수는 없었다
난 진실로 두 분의 이혼을 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엄마가 당신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손자 백일잔치에 간 엄마는 웃음이 한 뼘은 더 자랐지만 아버지는 인사불성이 됐다. 나가,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하는 자식 놈하고 살아, 오리막사가 떠나가도록 아버지는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 됐다. 난 영화 ‘똥파리’의 주인공 상훈처럼 아버지를 두들겨 패고 싶었다. 넌 내 애비가 아니라 쓰레기야 난 아버지의 멱살을 잡았다. 애비 멱살을 잡아, 이 개새끼 더는 함께 못 산다 낼 당장 네 어미랑 이혼할거야. 이 개새끼야 아버지는 또 다시 비겁하게 엄마 뒤에 숨었다. 아픈 엄마 목숨 가지고 잔대가릴 굴려 니가 내 애비냐, 죽여 버리겠다고 난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마안놈 아버지에게 뭐하는 짓이냐, 날 죽일 셈이냐, 엄마는 서럽도록 울면서 아프도록 울면서 날 말렸다.
내 정신의 밑바닥이었다
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참을 엉엉 울었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버지에게 대들면 안 된다 살살 달래야 한다
; 그러나 엄마, 가부장은 타도되어야 해요
엄마는 존중받아야 하잖아요 …. 엄마!
2014년3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