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엄마는 새로운 세계의 첫날처럼 웃었다

해방글터 0 812

 

 

말기 암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무덤덤했다

몸에 온 손님처럼 그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아픈 엄마 곁에서 오히려 내가 더 막막해질 때가 있다  

내 곁을 지나가는 저 두루미는 과연 노을에 깃들 수 있을까

더듬거리며, 더듬거리며 길 찾는 몸짓으로 

난 어느새 갈대숲을 걷고 있었다

갈대는 엄마처럼 메말랐다

바람이 불때마다 세상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음계가 쏟아져 나왔다

가만히 들어보면 죽기 살기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갈대는

갈대는 소멸하지 않기 위하여 

저토록 지독하게 아름다운 선율로 흔들렸던 것이다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 

모든 것을 깃들게 했던 것이다 

 

저 흔들림의 내면이 돌봄이었다니

모든 생명이 모든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무수한 중심이었다니 

 

오늘 아침, 

엄마는 새로운 세계의 첫 날처럼 웃었다

 

마른 몸은 씨앗을 품고 무수한 중심으로 직립하기 시작했다 

 

 

2014년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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