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조성웅 네번째 시집/ "엄마는 새로운 세계의 첫날처럼 웃었다"/ 시인의 말

해방글터 0 1,329

 

시인의 말

 

내 세 번째 시집을 소리 내어 읽은 엄마는

‘웅아 내 껀 없네’라고 말씀했다

 

아픈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엄마를 위한 시집을 선물하고 싶었다

 

내 삶이 변할 수 있다면 

엄마 곁에서 배웠던 것들의 긍정적인 힘 때문일 것이다

 

이제 아름다움에 의지하고 싶다

 

2014년4월

귀정사에서  

 

 

--------------

 

엄마시집을 읽고 / 박흥렬

 

 

조성웅 시인의 엄마시집 

<엄마는 새로운 세계의 첫날 처럼 웃었다>를 보고 내가 울었다. 

'눈물이 헤픈 사람이니 그렇지'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시를 보고 눈가가 젖기는 처음이었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엄마의 작고 하얀 발이 느껴졌다

 

참 이뻤다

 

내 손은 따뜻했고

엄마는 소녀처럼 수줍어했다

 

세상의 처음이었다

엄마의 작고 하얀 발이 느껴졌다

 

<작고 하얀 발> 전문全文

 

 

벌써 눈이 침침해지고 목이 뻐근해지는 중년이 된 아들이 

이제야 엄마의 발을 만져 본다. 

처음인 것처럼, 작고 하얀 제 뿌리를 들여다 보고 만져 본다. 

세상의 풍파를 버티고 가려 저를 키워준 것은 엄마의 작고 하얀 발이었다. 

엄마의 발은 많은 사연을 버티고 살아 왔을 터이므로, 

옥처럼 작고 하얗고 이쁘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아프신 것이 미안하고 키워준 것이 고마워 바라보는 저의 눈에 

엄마의 발은 무엇보다 작고 하얗고 이쁘고 귀하다. 

옥산금산 첩첩으로 얹어 준대도 어떤 놈이 제 엄마 발과 금옥을 바꾸랴마는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저를 가려 품었고, 

중년의 아들은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그 마음이 보이고 느껴졌다.  

 

발을 만지는 것, 발을 보는 것, 발을 어여삐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의 바닥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무엇을 사랑하였든 사랑하였던 사람과는 마음을 접고 헤어질 수도 있지만, 

발을 사랑한 사람과는 헤어질 수 없다. 

발을 사랑한 마음은 뗄 수 없게 스며들어 하나가 되 버린다. 

그 사람의 가장 낮고 힘들고 거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발을 아프신 연후에 이제야 처음 만져보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엄마, 미안해요" 

그 말을 대놓고 하면 어쩐지 침바르는 것 같아서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사 엄마의 작고 하얀발을 느낀 것만으로도 

이 땅의 아저씨로서는 아주 드물고 귀한 경험일 것이다. 

 

 

; 그러나 엄마, 가부장은 타도되어야 해요

엄마는 존중받아야 하잖아요…… 엄마!

 

<가부장은 타도되어야 한다> 부분

 

 

한겨울이었다

돈 한 푼 없었다

널 등에 업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옹그린 울 엄마, 활짝 펴져라> 부분

 

 

엄마의 소원은 방 안에 있는 정지였다 천하에 둘도 없는 가부장의 아들이었던 아버지와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가부장의 아들인나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 혁명가로 살고자 했던나는 엄마를 철저하게 방치했다

; 차별과 배제와 방치는 결코 혁명이 될 수 없었다

 

<엄마의 소원은 방 안에 있는 정지였다> 부분

 

 

그리하여 아들은 고백한다. 

이유도 없이 매맞고 내 쫒기던 엄마, 이제는 아픈 엄마를 안아주는 일,

가부장적 인식에서 헤어나는 일이 혁명임을.

차별과 배제와 방치는 결코 혁명이 될 수 없음을.

 

대의를 위하여 희생되어도 좋은 소수자란 없다.

여성이라 차별되고, 힘없는 비정규직이라 배제되고, 소수자라서 방치된다면

그 위에 선 어떤 대의도 양의 탈을 쓴 이기적인 늑대일 뿐이다. 

시선이 바뀌고 본질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된다.

 

엄마에게 시집을 바치는 아들은 얼마나 멋진가, 

나도 그런 아들이 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자문이다. 

 

 

201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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