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붉은 진달래

해방글터 0 683

 

 

회합에 참석하고 돌아온 아내는

제 품에 안겨 웁니다

'그만 두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쉬고 싶어'

꽃은 그렇게 쉽게 피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기에 지름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시골에서 시부모님이 올라오시면

하루 밤을 편히 지낼 수 있는 두 칸 짜리 전세방과

주택부금을 붓기 위한 더 낳은 직장을 고민했습니다

활동과 결혼

육아와 시집살이

모두 잘해 보겠다는 의욕이

아내를 점점 지치게 했습니다

 

삶의 그늘이 깊을수록

오래 싸운 사람의 눈빛은 

항상 맑은 울림과 사유의 공간을 만듭니다

그래요! 좀더 편안한 삶에 대한 욕구는

인간을 더욱 인간이게 하지요

그러나 편안함에 길들여진다는 것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활동을 포기해서라도 얻고 싶은

지배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압니다

동요 또한 투쟁입니다

우리 때로 삶의 첨탑 위에 한 발로 서지만

하루하루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싸우는 팽팽한 긴장관계,

삶의 새로운 기준

 

아내는 이 팽팽한 경계 위에서 웁니다

나도 아내처럼 웁니다

우리의 지위와 능력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이 땅 살아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에게 돌려주어야 할,

투쟁 속에서 꽃피워야 할

자산입니다

사회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몇 가지의 결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활 깊숙한 곳에서 배어 나오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신뢰입니다

사상적 생활입니다

 

눈물을 닦아주면서

아내의 맑은 눈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아내의 맑은 눈 속의 나를 봅니다

아내를 바라보는 끈기 있는 눈빛

그 위에 세상의 처음처럼 피어 있는 붉은 진달래

사랑

그리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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