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이 싸움의 자리가 치유의 자리일지니

해방글터 0 875

- 박사랑 동지의 여성가족부 앞 농성투쟁을 지지하며

 

 

여성가족부 앞, 

깔판을 깔고 거리에 앉아 보면 안다

애써 외면하려 해도 마음은 자꾸만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하나하나가 재난경보처럼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각오가 

어떻게 끝내 거리를 베고 눕게 했는지를

 

현대자동차 경비들의 폭력 앞에서도 폭설처럼 타협하지 않았고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핏빛으로 봄이 와도 

그 핏빛마저 품고 봄의 봄으로 일어섰나니

연한 봄동 같은 맨몸으로 일어섰나니 

 

마음아 애타지 마라

                 서둘지도 마라

 

그녀가 베고 누운 이 거리는 

매실짱아찌, 군밤, 주먹밥, 부침, 배 한 조각이 곁들어진 밥상이기도 하다가

빙 둘러 안아 대안생리대를 만드는 예쁜 천 같은 고운 공감의 뜨개질이기도 하다가 

그녀와 함께 깔깔깔깔 웃어보는 밤샘 난장의 즐거운 놀이이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곁에 있어주는 거지만

곁은 그녀의 배추 속 같은 속울음에 살포시 기대어 보는 공감의 시간 

혹독한 내전을 거쳐 온 그녀의 굳은살 박힌 손이 

마침내 자신의 언어를 움켜쥐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연대의 시간  

배추 속 같은 속울음에 뿌리를 내린 그녀의 굳은살 박힌 언어는 

놀랍게도 

발랄하고 수다스런 대화가 싹트는 작은 텃밭을 이루었다 

 

싹트는 것은 새로운 비판적 사유였다

횡단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다 

여성노동자들과 여성주의가 뜨개질처럼 만나고 있었고   

여성주의와 민주노조운동이 잡곡밥처럼 한 몸으로 어우러져 따뜻했다

 

마음아 애타지 마라

                회의하지도 마라

 

이 싸움의 거리가 치유의 자리일지니

서로 꼭 쥔 손의 따뜻함으로

지금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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