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철탑의 새벽은 전 생을 걸고 온다 -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의봉이, 병승이에게

해방글터 0 1,088

 

아픈 몸 이끌고 울산화학 공단으로 출근하면서 철탑의 안부를 묻는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입고 퇴근 해 철탑의 뛰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의봉이가, 병승이가 자기 생을 매단 곳은 

허공이 아니라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는 싶은 동지의 가슴이다

내장이 다 상하도록 자본의 탄압을 견디고 있는 동지의 삶이다 

 

단결 앞에서 오래도록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적들의 탄압 보다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더 힘들고

등 돌리며 떠나는 동지들의 뒷모습이 더 고통스럽다는 걸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정규직 임금노예가 되겠다고 투쟁 해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투쟁이 저물기도 전에 이미 운동 자체가 자본을 닮아버렸을 때

경쟁이 투쟁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을 때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다 

 

전체 조합원이 죽봉을 들어 무장한 시간과 

철탑 고공농성의 시간 사이에

우리가 평가하고 토론하면서 가야 할 길이 있다 

우리가 계급으로 무장했을 때 자본은 공포를 느꼈고 

우리가 개인으로 흔들렸을 때 자본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언제나 문제는 주체적 힘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회유를, 포섭을, 분열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비가 땅에 스미듯 세상의 더 낮은 곳으로 스미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전 생을 걸어 땅처럼 평등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이다  

 

긴장된 어둑새벽,

눈물을 머금고 다시 철탑에 오르는 것은

싸워보지도 않고 얻은 떡고물이 가장 치명적인 패배란 걸 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평등해질 것이다  

굴종하려면 

차라리 최선을 다해 패배할 것이다 

 

철탑은 과신도 절망도 하지 않는다

철탑의 새벽은 전 생을 걸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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