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우리는 단결을 더하고 연대를 곱해 평등을 쟁취할 것이다 -류기혁 열사 5주기에 부쳐

해방글터 0 1,072

 

 

분노 하나로 충분했던 날은 갔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고 셋이고 여럿이었다 

단결은 대공장 정규직 남성 조합원들만의 특별한 이해를 보장하는 데 사용됐다

“해고는 살인이다”

금속노조 투쟁조끼를 입은 사내들은 집회 때마다 습관처럼 구호를 외치고 돌아와 

맨아워 협상 자리에 앉는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사람 목숨이 매매됐다  

“단결”을 위해 단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현대자동차와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합의한 정리해고 방침이

‘입사역순’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 우선 고용보장’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됐다

투쟁조끼를 입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했다 

취업알선행위가 비정규직운동이라 불려 지기도 했다 

분노 하나로 충분했던 날은 갔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고 셋이고 여럿이었다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류기혁 열사를 우리 몸에 들게 해 화산처럼 끙끙 앓아야 한다

우리 몸이 차별과 배제에 민감해지도록

세포 하나하나가 단결에 반응할 수 있도록 

질문처럼 비판처럼 앓아야 한다

 

난 아직도 류기혁 열사의 생애 마지막 걸음을 기억한다

귤 한 봉지 마음에 담아 

천막농성장에 있었던 동지들의 안부를 물었다

“동지들 괜찮아요” 

류기혁 열사의 생애 마지막 걸음은 

나 혼자만 살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종파적 감정만 남은 분열과 불신이 아니라

싸우기도 전에 두려움처럼 빠져드는 소심한 동요가 아니라 

동지들의 지친 몸에 안부를 묻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예의였다

 

“동지들 괜찮아요”

동지에 대한 류기혁 열사의 정성스런 마음이 우리 모두를 새롭게 할 것이다

꽃망울이 막 터지기 직전의 시간 속으로 손을 내밀면 

그곳에 류기혁 열사가 있다

“동지들 괜찮아요”

개화처럼 손끝에 와 닿는 류기혁 열사의 숨결 속에서 

우리는 위로처럼 격려처럼 치유될 것이다  

 

치 떨리는 경쟁으로 내몰렸던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다시 손을 잡는다 

류기혁 열사의 선한 웃음처럼 참 따뜻하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따뜻한 손에서 따뜻한 손으로 전해지는 새로운 만남

이번 생을 걸어 볼 만하다  

따뜻한 손에서 따뜻한 손으로 전해지는 새로운 세계 

우리는 단결을 더하고 연대를 곱해 평등을 쟁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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