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해방글터 0 997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본 대오를 명동성당 쪽으로 빼고 있었고 

소수의 대오만이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맨 앞줄에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인 60대의 노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편집위원장인 50대의 양효식 동지가 보였다

; 우리 운동은 너무 늙은 것 아니냐?

난 구력 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너무 늙은 우리 운동의 ‘세대’가 더 걱정되고 위험해보였다

 

내 20대의 젊은 노트에는 ‘변절하지 말고 40대까지 살아남아 새로운 전통이 되자’고 기록되어 있다 

; 1990년대 중반, 내가 속한 비합 사회주의 써클은 정말 젊고 새파랬다 지도부가 갓 서른이었다  

; 그 무렵 비합 민중주의자에서 합법 의회주의자로 옷을 갈아입은 자들은 많았으나 난 40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본 적은 없었다

; 2000년 겨울, 40대의 양효식 동지를 처음 만났다. 견해 차이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난 그날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세대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조돈희 동지처럼 대중파업의 정점에 서 보지도 못하고 

‘하층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로 한 시기를 다 채워야 했다

어쩌면 불행한 세대인지 모르나 

내 경험의 대부분이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빠져들 절망도 없다  

 

빨리 늙고 싶었다 

40대는 전통의 어떤 경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40대가 된 지금, 난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고 더 잘 싸우고 싶다

나이 들수록 더욱 무모해지는 것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난 나의 노트에 그리운 모든 것들을 끌어당겨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록해 둔다 

‘혁명에 뒤처지지 않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으면 족하고 행복하다’ 

 

투쟁은 언제나 세상의 첫 번째 질문이었고   

혁명은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의 맨 앞자리에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난 혁명가의 모습이 저렇게 단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판에 어울리는 모습을 한 그에게

난 인터내셔널가를 불러주고 싶었다

지금 거리엔 새잎이, 새로운 감성이 자라고 

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거리에서, 그 즐거운 토론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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