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금강하구에 해가 지고 있습니다

직선의 경계들이 허물어지고 둥근 선에 매료된 저녁입니다 

저녁노을이 삶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고 

가창오리 떼도 저녁노을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향기를 따라 단풍 들어 오는 여린 가을빛의 색감이 참 따뜻합니다 

삶의 아픈 곳 구석구석까지 가을빛의 색감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치유는 따뜻한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비상은 장독대처럼 상처를 오래도록 품어 빚어낸 웃음의 광장일 겁니다

저녁놀빛의 예감 좋은 곳을 택해 가창오리 떼가 일제히 비상합니다

수평과 수직을 가로질러 하나의 원을 그리는 가창오리 떼의 군무

우리 생에 찾아온 봉기입니다

새로운 삶을 위한 거대한 토론회입니다

개인에서 집단적인 몸으로 비상함으로써

우리는 정서적 색감이 풍부한 거대한 협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단 한 건의 소통 장애도 발생하지 않은 이 거대한 협력은 

마디 하나 없는 유려한 춤이 되고 

이곳에서 우애와 연대로 충만한 음계가 태어났습니다

하나 같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개성입니다  

집단적인 몸의 노래, 우리들의 코뮌입니다

자줏빛 저녁노을도 

가장 아름다운 음계로 날고 있는 

가창오리 떼의 둥그런 몸짓에 매료된 저녁입니다

변화가 시작되는 맨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