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40대의 첫 주에
난 투쟁하는 동지들이 보고 싶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밀항하고 싶었다
GM 부평공장 앞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박현상 동지에게 전화를 했다
하늘로 오르면서 그가 가졌던 독기를 생각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자세히 보면 지상 35미터 저 고공농성장은
높이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의 수평적 깊이
이미 자본주의 밖이다
기아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을 만나러 기아 화성공장에 들어갔다
수배 중인 조직국장 김지현 동지는
삭발한 머리 다듬지 않아 완전히 선 머슴아가 되어 있었다
난 오랜만에 본 풋풋한 사랑 이야기,
영화 ‘원스’를 추천해주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김지현 동지의 머슴아 같은 웃음이
그래도 희망의 내면이다
구속 영장에 묶이지 않는 자본주의 밖이다
지금 거리에서
천막 하나로 온통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은
낡은 총파업 보다 더 전투적으로 이 세계를 점거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타협하지도, 적을 닮아가지도 않았다
봄빛을 닮은 동지들 몸짓 하나하나가 전망을 찾는 가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