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괜찮다 다 괜찮다 - 김진숙 동지와 이소선 어머니의 만남을 생각함

해방글터 0 1,081

 

솥발산을 떠난 이소선 어머니를 기다리며 

김진숙 동지가 고공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지는 날빛을 따라 뉘엿뉘엿합니다 

낮과 밤의 경계, 

경계에 서는 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김진숙 동지는 세상의 눈물에 대해 유별나게 민감한 귀를 가졌나 봅니다

언제나 조합원들과 함께 있고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느끼는 저 야윈 몸, 

찬물 같은 청청한 영혼입니다  

아픈 곳곳 다 품고도 이미 충분합니다 

차오르고 넘치고 번집니다 

  

번지는 것은 칼날 같은 경계가 아예 없습니다 

스며들어 하나 되는 시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김진숙 동지는 투쟁의 절정에서, 이소선 어머니는 시대의 중심에서 

서로를 향해 번지고 스며듭니다  

 

85크레인은 지난 244일 동안 차츰 삶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방울토마토가 붉게 익었고 초록의 치커리가 세상을 향해 잎을 펼쳤습니다

하나 같이 부드러운 곡선을 몸에 지녔습니다

저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이소선 어머니가 85크레인 앞으로 오셨습니다

 

이소선 어머니, 생의 마지막 투쟁은 저 야위고 여린 몸을 꼬옥 안아 주는 겁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토닥여 주는 것입니다  

따뜻한 눈물로 지어진 이 포옹은 모서리 하나 없는 둥그런 원입니다

다 품었으나 관대한 것도, 결코 비판을 거두어들인 것도 아닙니다

“단결하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 되어 싸워야 한다”

이소선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입니다  

  

85크레인은 녹슬어 가도 

김진숙 동지는 방울토마토와 치커리와 함께 푸르러 갑니다

이소선 어머니는 괜찮다 다 괜찮다 토닥여줍니다

따뜻한 눈물로 지어진 이 포옹은 자기 힘의 한계를 갖지 않습니다 

244일 동안의 고단한 노동은 

마침내 깔깔깔깔 싹이 돋는 놀이가 되고 

부드러운 흙을 움켜쥐는 집단적인 율동이 되며 

탱탱하고 동글동글한 몸과 몸의 신명으로 펼쳐진 

공동체의 노래로 태어났습니다 

녹슬어가는 강철시대마저 너끈하게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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