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인간의 존엄함이 가 닿은 시간 -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유명자 동지를 생각하며

해방글터 0 1,022

 

 

해고 되고 손배가압류 차압 딱지에 

세간살이 다 들어낸 깨끗한 빈집 같은 날들이었다

귀를 씻고 또 씻어도 비수처럼 맺혔던 눈물 같은 날들이었다

 

더욱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건 날씨 탓도 거리의 낯설음도 아니었다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의결 단위로부터 배제됐고 

투쟁했기 때문에 더욱 고립됐다는 것이다

 

눈물의 무수한 연뿌리로 세워진 재능 시청 노숙농성장에서  

난 참 무례하게도 이 답 없는 싸움의 동력은 뭐냐고 물은 적 있다

유명자 동지는 “왜 답이 없냐? 방법을 찾기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난 너무 쉽게 답 없는 계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쁜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특권 없는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로 살아온 지도 벌써 8년,

반복되고 익숙해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기억하라!

우리는 따뜻한 웃음을 꿈꾸었기에 이 세계로부터 추방된 자들이며 

바람의 대지를 따라 웃음의 군락을 이루는 이 시대 난민들이다

폭포처럼 정직한 맨 몸은 바람의 기원을 닮았다

스스로 움직이고 흐르고 흐름의 속도를 강하게 하고 있었다

대의제도에 의탁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뿌리까지 내려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초대 받은 곳이 폭설이라면 기꺼이 폭설이 되어 내릴 것이고 

때로 비바람의 안내를 받아 흐르기도 하다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충분한 

투쟁하는 동지들의 웃음에 도달할 것이다 

 

재능투쟁 1934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요됐던 것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 

인간의 존엄함이 가 닿은 시간이었다

부재했던 삶이 투명한 인간의 몸으로 솟구쳐 올랐던 존재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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