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흐른다는 건 - 효정재활병원 연대집회장에서

해방글터 0 1,050

 

패인 곳을 자기 몸으로 이어주고 

돌부리를 차고 오르고 

바위를 휘감아 돌아 

흐르는 시냇물을 보고 있노라면 

효정재활병원 간병사들의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풍성한 대화가 

울산과학대 미화원들의 구성진 가락이 들린다

이기겠다는 확신이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흐르겠다는,

슬픔에서 길어 올려진 몸으로 당겨주고 

눈물의 경계에서 태어나 웃음으로 직조된 춤사위를 밀어주며 

함께 흐르겠다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이 보인다   

 

흐르는 것들은 이끼가 슬지 않는 속도를 갖췄다

흐르는 것들은 직선처럼 위험하지 않고   

둥글게 마주 앉은 부드러운 선들의 탄력을 갖췄다

탄압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살지 않겠다는 물결이

파고를 이루고 이어가며 

흐른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기 결정의 시간이다

흐른다는 건 수초처럼 무성한 대화의 시간이다 

흐른다는 건 펑퍼짐한 몸짓들이 서로를 품고 이해하는 협력의 시간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흐르고 흐르는

그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봄이 어떻게 발원되는지도 보인다  

오늘의 봄빛은 내일처럼 예사롭지가 않다

꽃술에 내려앉은 저 여린 첫, 봄빛마저도 

오십 평생 가장 아름다운 그들의 몸짓 아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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