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연대에는 이유가 없다

해방글터 0 1,028

 

 

 

점심 먹고 있는데 

울산과학대 교직원 노조 구사대들이 들이닥쳤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는데

이놈의 새끼들은 밥그릇을 걷어차고 

신문지 밥상을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우리 선이 동지 교직원 노조 구사대들에 의해 

구두 뒷굽에 발등이 짓이겨지고

고통보다 더 서럽게 악에 바쳐 싸우다가 

그래도 입원 하루 만에 씩씩하게 농성장으로 돌아왔는데 

울산연대노조 환갑 가까운 일명 ‘조 오빠야’ 동지가 

농성장을 방문했다

 

‘우리 선이 싸우다가 다쳤는데 오늘 회 한 접시 사주꾸마’

울산과학대 지하 농성장에 빙 둘러 앉아 회에다 술 한잔 하다가 

우리 선이 동지 고맙다고

내가 노조 하고 나서 조 오빠야 만나고

고맙다고 하다가 

그만 북받쳤는데

 

울다가 웃다가 

옆에 있던 순남 동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이 뻘게졌는데

‘형아 니도 울어 뿌라 마’ 

순남 동지 선이 동지를 따라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벌써부터 가슴 붉게 물든 순자 지부장 동지도 그예 울음을 터뜨리고

연대해줘서 고맙고 고생시켜서 미안하고 또 그렇게 서럽다고 

북받쳐 웃다가 울다가

눈물처럼 둥글고 짜고 따뜻한 그리고 독한 

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눈물로 빚어진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때,

연대에는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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