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 - 2004년 현대중공업 소지공 임단협 투쟁을 생각하며

해방글터 1 1,226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 해

이번만큼은 한 번 해보자고 바람 잡던 조장이

사측의 탄압 앞에 꼬리 내리고 도망치자

우진기업 하청노동자들은 직책자가 아닌

평작업자 중에서 자신의 대표자를 뽑았다

“여러분들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사람 좋고 성실했던 

아이 넷을 키우는 가장, 송용호 형님

소금꽃 같은 지난 밤

친구 광한이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생각했다

해고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해 맑은 아이들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노동자의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붉은 조끼를 입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결투쟁 붉은 머리띠를 묶고

동료들 앞에 섰다

 

업체 대표자로써 첫 번째 지침을 토론에 붙였다

사측의 개별면담 앞에 판판히 깨졌던 경험을 되살려

개별면담 거부

모든 일들을 대표자에게 보고하고 함께 논의해서

투쟁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의 회유쯤이야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박살내면 되고

현대중공업의 탄압쯤이야

노동자의 의리로 깨부수면 되고

하루를 살더라도 기 확 펴고 삽시다

봄빛에 쌓여 있는 좋은 예감 같은 얼굴로

송용호 형님

업체 동료들 앞에서 

악으로 깡으로 투쟁!!

 

그 살아 있음의 첫 번째 울림에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들이 진달래꽃 향기 쪽으로 돋아나고 

 

살아 있음의 그 첫 번째 울림에  

박일수 열사가 살아오는 몸짓과 몸짓의 연대,

단결투쟁의 깃발이 올랐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거릴 것 없다 거침없이 나아가자

첫 출근 투쟁, 업체 선전전, 중식 식당 선전 선동

하청노동자들에 의한 최초의 현장 중식 집회

소지공 조합원 결의대회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갔지만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해내면서

정말로 모두가 자랑스러웠다

그 모습 꽃에 비할까

아님 꽃향기에 비할까

언제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이렇게 어깨 힘 빡 주고 

당당해 본 적이 있는가

가장 아름답고 파괴적인 힘, 송용호 동지

봄빛에 쌓여 있는 좋은 예감 같은 얼굴로

공장은 투쟁하는 노동자의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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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해방글터
보내준 원고 제목에 '소지군'으로 되어 있었는데, 내용을 보니 '소지공'인듯하여 고쳤다. 수정이 필요하면 말해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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