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투쟁 사업장의 아침 - 2005년6월4일, 금강화섬노동조합 공장사수 투쟁에 결합하면서

해방글터 0 1,066

 

 

금강 화섬 동지들 미안하다 너무 늦었다

400여일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얼기설기 파래트를 쌓아 설치한 바리케이트 앞에 선 금강 화섬 동지들

400여 일간의 전투, 몸 구석 구석 성한 곳 하나 없지만 

이제 두려움의 내면까지 서로 이해하고 서로 보듬고 있는 따뜻하고 강인한 눈빛

지금 여기, 생존을 위한 절박한 자리가 인간적인 빛이 자라는 최전선이다 

 

인력시장에서 공치던 날, 그 막막한 바람 속에서

또 다시 다짐하고 이 악물며 시작한 투쟁이었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가장 절박한 건 동지들이었다

 

용역깡패의 침탈이 예상되는 날

금강 화섬 동지들과 함께 야간 규찰을 선다

수상한 차 한 대 놓치지 않는다

400여일의 길이만큼이나

400여일의 깊이로 한 몸이 된 동지들 

한 동지 한 동지가 서로를 일으키는 푸른 달빛 진지였다

한 동지 한 동지가 서로를 일으키는 푸른 달빛 진지가 되어 

어둠의 한 복 판에서 돌파구는 여는 새벽이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성과물이 아니라도 좋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천금같은 동지를 쟁취했다

400여일, 함께 밥 먹고 함께 투쟁하면서

우리 모두가 동지의 하나 밖에 없는 깃발이 되고 

유일한 무기가 되었다 

그렇게 투쟁 사업장의 아침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투쟁의 첫날이다  

 

답 없는 곳에서 흔들림 없는 동지들의 튼튼한 단결투쟁이야말로

언제나 새로운 사상이다 

물러설 수 없는 곳에서 쇠파이프에 힘을 주는 거친 손들이야말로

언제나 새로운 투쟁 방법이다   

답 없는 곳에서 이미 살아가고 사랑하고 투쟁하는 

비상한 몸짓 자체가 길이다

 

투쟁 사업장의 아침은 

그렇게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이곳에서 활력 있는 율동으로 일어서  

높낮이 없이 수평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새로운 공동체이다

부서져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 전혀 새로운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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