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저물녘
풍경의 위치가 희미해지는 하구에서
일제히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늦지 않게, 꼭 있어야 할 곳에, 어김없이 상기된 얼굴을 내미는 새순
가로등을 품었습니다
잔업을 마치고 저린 다리 끌며 퇴근하는 길에 본 새순은
참 맑은 빛 속에 있습니다
저 생동하는 낯선 공간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 새순은 찾아지는 것입니다
답 없는 계절
내 삶을 깃대로 세워 밀고 나가는 섬세한 율동처럼
사방이 온통 꽃 소식입니다
꽃 소식은 예감보다도 먼저 내 땀이 묶어 가는 관계로부터 왔습니다
그렇게 한 겨울 묵묵히 다 났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맘 다 버리고 나서야
새파란 물기를 품어 안는 신뢰를 회복하고 나서야
봄의 내부가 환―합니다
가파른 길들이 정상에 오르자 어느 듯 수평을 이루는,
수평을 이루는 부드러운 곡선의 힘처럼
일제히 꽃향기가 켜집니다
몹시도 기대고 싶은 봄의 내부에
앞 뒤 순서도, 높낮이도 없이 일제히 꽃향기가 켜집니다
내가 직접 살고 있지 못하나 살고 싶은 일들
가로등은 오늘 밤 풀물 든 작업복의 힘찬 걸음과 함께 할 것입니다
길 찾는 몸짓들, 무사히 제 갈 길을 가게 할 것입니다
바로 저 모습이 내 삶의 주소로 도착한 꽃향기의 내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