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봄의 내부

해방글터 0 1,043

 

 

저물녘

풍경의 위치가 희미해지는 하구에서 

일제히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늦지 않게, 꼭 있어야 할 곳에, 어김없이 상기된 얼굴을 내미는 새순 

가로등을 품었습니다

잔업을 마치고 저린 다리 끌며 퇴근하는 길에 본 새순은

참 맑은 빛 속에 있습니다

저 생동하는 낯선 공간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 새순은 찾아지는 것입니다

 

답 없는 계절

내 삶을 깃대로 세워 밀고 나가는 섬세한 율동처럼 

사방이 온통 꽃 소식입니다

꽃 소식은 예감보다도 먼저 내 땀이 묶어 가는 관계로부터 왔습니다

그렇게 한 겨울 묵묵히 다 났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맘 다 버리고 나서야

새파란 물기를 품어 안는 신뢰를 회복하고 나서야

봄의 내부가 환―합니다

가파른 길들이 정상에 오르자 어느 듯 수평을 이루는, 

수평을 이루는 부드러운 곡선의 힘처럼

일제히 꽃향기가 켜집니다

몹시도 기대고 싶은 봄의 내부에 

앞 뒤 순서도, 높낮이도 없이 일제히 꽃향기가 켜집니다 

 

내가 직접 살고 있지 못하나 살고 싶은 일들

가로등은 오늘 밤 풀물 든 작업복의 힘찬 걸음과 함께 할 것입니다

길 찾는 몸짓들, 무사히 제 갈 길을 가게 할 것입니다

바로 저 모습이 내 삶의 주소로 도착한 꽃향기의 내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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