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2002년12월 겨울나무

해방글터 0 1,033

 

 

그러니까 난 자꾸만 거칠어지고 있어 어느새 내가 쏟아낸 언어는 나무껍질처럼 딱딱해지고 있어 난 이를 종종 확신이라 말하곤 했지 언제나 확신은 어두운 그림자를 두게 마련이야 내가 걸어왔던 길, 벌써 광합성 작용도 멈춰버렸어 내가 겨울나무로 서는 건 힘들어서 죽겠다고, 너무 아프다고 엉엉 울고 싶은 거야 난 지금 자신 있게 무너지고 싶은 거야 이 거칠고 딱딱한 몸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야, 이 단순한 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야 과연 내가 뿌리를 포기할 만큼 용기가 있을까? 저 눈물로부터, 저 맑은 눈물로부터, 저 붉은 눈물로부터, 저 응고된 외침으로부터 과연 등을 돌릴 수 있을까? 마지막 잎새를 떨구면서까지 난 이 물음과 싸우고 있는 거야

 

나이테를 늘려 가는 건 그만큼 격렬한 싸움이지

나이테를 늘려 가는 건 그만큼 격렬한 율동이지

나이테를 늘려 가는 건 그만큼 격렬한 물음이지  

 

뿌리는 확신으로 자라지 않아

이제 뿌리는 물음이고 율동이고 싸움이지

2002년12월 겨울나무, 난 마지막 잎새를 떨구며 봄을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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