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그대에게 가는 길은
벌써 몇 시간 째 정체되고 있다
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시간을 견뎌야하는 정체가
그대에게 가는 일의 순서일까
느릿한 풍경들이 정지되고
나는 차분하게 봄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자줏빛의 복숭아 꽃, 노란 개나리, 초록의 새싹들 연둣빛의 봄 하늘, 흰 구름
내가 미처 마음 주지 않은 곳에서 무엇인가 자꾸 자꾸 일어서려는 것들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내부를 환하게 채우는 일,
그대에게 가는 일의 순서
이 정체 속에서도
표 나지 않게 숨통을 탁, 트이게 하는
자기 빛깔로 한 계절을 나는 것들
자기 빛깔로 최선인 삶이
어우러져 내 안으로 들어온다
이 정체 속에서도
나를 환하게 환하게 다 채우고서야 그대에게 가는 길
길 밖의 풍경, 풍경 속의 길
이 색감과 향기와 일어서려는 기운들을
다 안아 가고 싶다
그대 삶에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