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월곡동 산 1번지

해방글터 2 1,388

 

 

낡은 전선줄 위에 호박초롱처럼 마지막 붉은 해가 걸릴 때면 

술집에서 일하는 김양은 출근하고

위험한 층계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피우는 담배연기는

허공에 부채 살 같은 주름을 잡으며 지나간다

올챙이 때처럼 바글바글한 아이들

산동네까지 쫓겨 온 사람들의 말 못하는 외로움

바글바글하다

가는 비 오는 저녁, 밥 익어가는 냄새가 평온함을 주기도 전에

산동네의 소녀들은 반항처럼 순결을 버렸다

때 이른 나이에 손톱 밑에 기름때가 묻은 사춘기의 소년들은

익숙한 아버지의 술 취한 걸음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가끔 늦은 귀가 길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면 들린다

숨죽인 신음 소리

자존심조차 지키지 못하는 불안한 성생활

바삭바삭한 달빛이 이들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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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붕어
제가 스무살 초, 중반에 하월곡동 월곡공부방에서 아이들이랑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 나요....ㅜ.ㅡ
조성웅
95년, 가을 쯤인가, 수배자랑 함께 살았어요. 자연스럽게 비합 안가가 됐지요. 계단식의 쪽방촌이었죠.  그 때의 경험을 빛바랜 사진처럼 쓴 시예요.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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