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저물녘, 은행나무 아래에서

해방글터 0 1,080

 

 

저물녘, 연초록의 은행나무에 자줏빛 저녁노을 깃드는데

모든 사물은 자신의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놓고

기적처럼 파스텔톤의 푸른빛으로 달이 떠오르네

나 벅차오르는 푸른 달빛 물결로 그대를 만났네 

그대 몸짓 하나 그대 표정 하나에

모과향이 익어가듯 내 체온도 변하네 

그대 갈색 머리칼을 휘감고 가는 바람소리까지 처음 듣는 노래 

생기로 차오른 그대 걸음 걸음

푸른 달빛의 유려한 선처럼 멋스럽네 

그대 시원한 손 꼬옥 잡고 보폭을 맞추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까르르 그대 웃음

새로운 생처럼 경쾌하게 터지네

세상의 한 복판이 따뜻해지네

 

지금은 자기 빛깔로 물기 오른 목숨들

목숨을 다하여 꽃피는 때

자유롭게 당당하게 

나 벅차오르는 푸른 달빛 물결로 그대를 만났네 

 

비 온 뒤 멋진 곡선을 자랑하는 풀 잎 위의 작은 물방울 하나 

그 위에 내려앉은 햇살 한 뼘

그 둥글고 투명한 빛 속에서 웃고 있는 

내사랑 

 

가만히 눈 감고 들어봐요

그대를 찾는 

내 사랑의 미풍

소복 소복

소복 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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