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투쟁이 있는 곳에서 투쟁을 확대하라 - 이현중 이해남 열사투쟁 결의대회에서

해방글터 0 1,073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눈물만 났다

가을 노을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골리앗 크레인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가을빛에 걸려 있는 낡은 작업복처럼 퇴근하는 하청노동자들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퇴근 투쟁 때 마이크를 잡고 선동을 할 때도 눈물만 났다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울고만 싶었다

열사의 영전에 분향 제배를 하고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조선소로 돌아올 때 

눈뜬 봉사처럼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이 속울음을 커지게 했다

 

이해남 동지의 분신 소식을 접했을 때 말문이 막혀 버렸다 

머리 속이 텅 비어 버렸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분노가 체념으로 바뀌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하는데

 

대구 세원정공으로 달려갔다

어수선했다 

투쟁문화제 연단은 비어 있었고 

깔판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미 많은 대오가 집회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전투경찰을 몰아내고 세원 정공 안에는 현판이 불타고 있었다 

조명도 없고 마이크도 없었지만 

몸 울림 하나로 투쟁 길이 열리고 

멍들고 깨지면서 모두가 따뜻했다 

선봉대 동지들 몸 하나하나가 불빛이었다

곳곳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 

날카로웠지만 소나기처럼 시원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없었다 투쟁 현장에서 도망쳤다

이미 부산에서는 일괄타결방침이 흘러 나왔다

눈물로 가득 찬 조합원들을 뒤로하고 지도부는 교섭하러 간다

지도부의 눈은 절망처럼 건조하다 

지도부에겐 열사의 죽음이, 죽음으로 외치는 절규가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수습을 먼저 고민 한다

투쟁을 확대할 의지도, 권력을 잡을 용기도 없다

스피커가 있고 대중을 앞에 둔 높은 연단 위, 눈물 젖은 목소리로 투쟁을 호소하지만

돌아서서 곧바로 교섭하러 간다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 

낯설지만 서로 고맙고 소중하다 

동지들 힘찬 투쟁 몸짓 전체가 새로운 길이다 

총연맹 지도부가 도망친 투쟁 현장, 곧바로 임시지도부가 구성되었다 

현장지도부는 그렇게 투쟁이 발생한 곳에서 태어나고 

곧바로 새로운 투쟁 지도력을 스스로 회복시켜 나간다 

적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쟁이 있는 곳에서 투쟁을 확대하라

자본주의 밖까지 확장하라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274 명
  • 어제 방문자 303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2,55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