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우린 죽어도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 故배달호동지의 영전에 바칩니다

해방글터 0 1,240

 

 

새해 신새벽 민주광장, 겨울나무 겨울 달

심장까지 서늘해지는 침묵만이

동지의 딱딱하게 굳어 가는 몸, 마지막 길을 배웅 했는가

출근해도 재미없는 무너진 현장

기름 밥, 뼈 속까지 상처가 깊어질수록

공장 밥, 뼈 속까지 서러움과 분노가 깊어갈수록

도려내야 할 세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죽음 이외의 다른 길은 없었는가

오직 개인의 죽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는가

동지를 보내고 너무 아프다

동지는 죽음을 앞에 두고 눈물조차 말라버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

차가운 창 살 속의 동지들 

투쟁이 소진 되가는 자리, 침묵하는 조합원들

이제 분노조차 사라진 현장   

많은 동지들이 지치고 체념하고 흔들리는 현실 앞에 

온 몸이 타들어 가면서 외쳤던 동지의 마지막 절규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길 바란다”

 

배달호 동지는 마지막까지 동지들을 격려하고 갔다

배달호 동지는 찬 겨울 바람, 지친 동지들을 위해 

육신의 마지막 불꽃으로 

따뜻한 투쟁 공간을 만들어주고 갔다

 

배달호 동지가 육신의 마지막 불꽃으로 남기고 간 공간은

분노조차 일지 않는 무기력한 침묵을 깨는 자리이다

절망보다 깊은 체념을 깨는 자리이다

노동자 알몸, 몸짓과 몸짓의 연결로 자본에 맞서 다시 태어나는 자리이다

 

네가 못하면 내가 한다 

지친 동지들 일으켜 세워 다시 머리띠를 묶는다

 

우리는 죽어도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동지의 딱딱하게 굳어진 몸 속에서

새로운 기운이

새로운 투쟁 질서가 자라날 때까지

― 자본에 맞선 노동자 공동전선; 

   배달호 동지의 절규와 보폭을 맞추고 나란히 나란히 

전국 노동자들의 민주광장, 현장에서 총파업의 깃발이 올려질 때까지

― 자본에 맞선 노동자 공동전선; 

   배달호 동지의 절규와 보폭을 맞추고 나란히 나란히 

정규직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의 깃발이 올려질 때까지

― 자본에 맞선 노동자 공동전선; 

   배달호 동지의 절규와 보폭을 맞추고 나란히 나란히  

그리하여 배달호 동지의 딱딱하게 굳어진 몸에 다시 피가 돌고 꽃이 피기까지

우리는 죽어도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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