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용감한 관료들과 어설픈 투사들

해방글터 0 995

 

 

진달래꽃이 한창일 때 열사투쟁은 끝났다

단결과 투쟁의 경험도 없이

열사정신은 구호로만 남겨둔 채

난 울산구치소 독거방에 갇혀있다

그러나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창살 밖, 문수구장 쪽으로 뜨는 봄빛에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는 벌써, 내 몸과 어울리고 있다

 

난 지금 당당하고 용감했던 관료들을 생각한다

폴리스라인을 민주노총 질서유지대가 대신하고

맨 앞줄에 서서 지도부가 육탄으로 현장진입투쟁을 가로 막던 

평화집회 교섭기조

항의하는 투사들에게 관료들은 당당했다

기조에 반대하면 물량 만들어서 치고 들어가든지

하지도 못하면서 선명성만 주장한다고 

모욕당한다

 

누가 쇠파이프를 들 것인가

누가 꽃병을 들 것인가

누가 구속을 각오하고 대가리 깨지면서 싸울 것인가

 

용감한 관료들은 투사들을 적들 앞에 세워두고 

집회대오를 해산 시킨다

용감한 관료들의 협박 앞에 투사들조차

우유부단했다

 

내가 두려운 건

적들의 폭력도 관료들의 협박도 아니다

스스로의 우유부단함, 무능력이다

스스로의 우유부단함, 무능력에 비수를 꽂는다

 

용감한 관료들에게 더 이상 화도 나지 않는다

공존의 가능성을 말하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공존을 이성이라고 말하는 자들을 경멸한다

; 뒤 호주머니에 비수를 감추고 적의 목젖까지 다가가리라

 

이 시대의 투사들은 겨울외등처럼 고립된 개인들이다 

무슨 조직의 간판을 달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갈라지고 깨지고 서로 등 돌린 전투적 소수파

더 이상 이곳저곳에서 숨어 피는 꽃이

우리의 자화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나코 생디카든, 자칭 혁명적 사회주의자든

이 사이 무슨주의자든

개량주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은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해왔던 일

그러나 더 이상 비판과 폭로가 대중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투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투쟁지도부가 부재한 것!

이 부재 앞에 진달래꽃은 왜 저렇게 절박한지

왜 저렇게 열사의 붉은 절규를 쏙 빼닮았는지

 

부르주아 정치판을 닮아가는 운동 판이 좆같아서

이꼴저꼴 안보고 때려 치고 싶은 맘 들 때도 있지만

부여잡은 깃대 놓지 않은 투사들이여

투쟁할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

스스로 꽃피우고 스스로를 조직하는 투사들이여

차이 속에서 함께 하는 방법을 

연초록 새잎처럼 키워가는 투사들이여

진달래 군락처럼  

젊고 붉은 기운으로 타오르는 나의 벗들이여

소수가 두려운가

둘러보지 마라

동지의 힘찬 첫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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