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물으면서 전진한다 - 2001년 노동자대회에 부쳐

해방글터 0 926

 

이제 대중연단은 화려하고 중앙의 투쟁선언은 쇼다

 

화려한 연단 위에서

준비된 선동가가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중앙의 투쟁을 선언하는 동안

1001-3 진압 특수부대는 서울의류업노조 교육부장을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짓밟았다

 

전태일 열사의 비명소리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하여 단병호 위원장을 구출하자는 투쟁 선언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조명된 선동무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신디사이저와 락 기타 음에 실리는 투쟁가요는

더 이상 가슴을 뜨겁게 달구지 못한다

연단 위는 누구도 허락 없이 올라가지 못한다

 

이미 무대 뒤에서는 타협이 논의되고

과연 현장 조합원들은 무기력한 관객인가

과연 동원된 박수부대인가

 

현장조직 운동이 키워 낸 고참 활동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술판에, 술 잔 속의 논쟁에 빠져 있었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저 새끼하고는 함께 활동 못한다 기회주의자다 대가리를 깨버리겠다고 술판을 뒤엎는다

 

한통계약직 동지들이 한 장 스티로폼에 의지해 고단한 잠 이룰 때

술독 풀러 사우나에 간다 

 

현장 조합원들보다 먼저 고참 활동가들이 지치고 병들어 간다

정신은 신뢰가 자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어 간다

 

모두가 무기력했고 

유일하게 중앙의 연단은 자극적인 활기에 차 있었다

 

 

 

말로 먹고 사는

투쟁하지 않는 명망가들은 많다

투명한 눈물을 가진 젊은 투사들이여

목숨 내놓고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조직하는 젊은 투사들이여

 

투쟁 속에서 묻고 또 물어라

투쟁하는 동지와 투쟁하지 않는 자를

끝까지 함께 하는 벗과

유려한 이론으로 투쟁을 가로막고 있는 자를

투쟁하면서 물어라

물으면서 전진하라

 

언제나 투쟁은 새로운 사람의 것이다

새로운 사람은 투쟁 속에서 항상 묻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투쟁의 시작에서부터 마지막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현장 조합원들과 목숨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을 현장으로 끌어내리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관료적인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언제라도 독자적인 결정으로 생산을 중단시키고 파업을 조직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은 현장으로부터 출발하는 수평적 연대의 힘을 노동해방의 그물망으로 짜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 젊은 투사들이여

머물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

치명적인 비수로 가서 돌아오지 마라

그 몸짓 하나 둘이 새로운 전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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