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 아들의 첫 돌을 기념하며

해방글터 0 1,166

내 아들 문성이는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꾸만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말릴 방법이 없다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풀무질에서 새로 나온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노동조합투쟁론'#이하 모두 적용)을 읽고 있는데

나의 독서를 방해하고 나선

내 아들 문성이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자신의 배에 깔고 

손으로 뜯고 입으로 빨면서

완전히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장악해버린다

허허 이놈의 새끼

한 쪽으로 멀찌감치 밀쳐놓고 다시 독서를 시작하면

채 1분이 되기도 전에

그 중노동-기기작업-에도 아랑 곳 않고

다시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장악해버린다

그래서 안고 책을 읽어준다

문성이가 해죽해죽 웃는다

이 놈아 네가 뭘 알기나 하고 웃는 것이냐

네가 장악해버린 사상이

어쩌면 네 분유 값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데

너는 이토록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것이냐

네 엄마는 너를 임신하자마자

찬 겨울바람을 안고 해고자 복직 투쟁을 시작해야 했다

―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어느새 너의 첫 돌이 다가오고 있는데

네 첫 돌 날 아버지는 

갈수록 보수화되고 반동화 되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전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네 해맑은 웃음은 이 투쟁에 대한 축전이냐

네 분유 값을 날릴 수도 있는데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내 아들 문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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