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슬픔이 깊을수록 투쟁의 강도는 강하다

해방글터 0 983

 

 

얼마 전 순식간에, 

기습적으로 꽃이 핀 적이 있다

난 그 환한 삶의 꽃자리에서 앳되고 때론 무모한 열정마저 순수했던 그녀와 그들, 

한 때 나의 벗들을 불러본다

순식간에, 또한 기습적으로 꽃이 지고

어떤 싱싱한 조짐조차 사라진 텅 빈자리에서

그녀와 그들, 한 때 나의 벗들을 불러본다

 

이제 친절함 속에 칼을 숨길 수 있고

투쟁 속에서 배신을 읽을 수 있고

연대 속에서 정파의 이해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조직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권력의 위험을 체득하고 있는 나이

난 면도날 위에 선 것처럼 슬픔을 느낀다

 

난 종종 듣는다

부르주아 정치판처럼 더러운 대공장 노동운동 판에서 

노조관료들, 노사협조주의자들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판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정파의 이해를 위해 노동자 투쟁을 이용하려는 판짜기를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지만 

이들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활용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우리가 원칙만 나발 부는 무능력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들을 때마다

난 한 때 나의 벗들에게 능구렁이가 다 되 버렸다고 말한다

 

종파주의에 여린 심장이 찔렸지만 

동지에 대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잃어갈수록 

종파주의의 또 다른 기둥이 자라나고  

현장조합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자만 

사상에 귀 닫고 눈 막으면서 

어느새 ‘전투’ 자 하나 더 붙은 조합주의자로 지쳐가는 나의 벗들이여 

 

막 봄이 오기 전에

난 살얼음 밑을 흐르는 청청한 시냇물 소리를

내 몸이 환해질 때까지 아주 오래도록 들었다

봄빛에 새잎이 흔들릴 때마다

찰랑 찰랑 

청청한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왜 난 이 청청한 시냇물 소리가 송가처럼 

―찰랑찰랑 

송가처럼 들렸을까

 

슬픔이 깊을수록 투쟁의 강도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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