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함께 한 만큼 내일입니다

해방글터 0 956

 

 

폭포수처럼 단풍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싸워도 대안이 보이지 않고

타협하자니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

지도부의 총파업 유보에

두 주먹의 힘줄은 터질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될지

답답해하던 당신

 

텐트마저 강탈당하고 

얼기설기 엮어 만든 비닐천막

지쳐 잠든 새벽

비바람이 당신의 몸을 덮쳤다지요

비에 젖은 낙엽처럼 축대를 잡고

엉엉 울었다지요

 

농성장에서 맞은 서른다섯 생일

당신 몰래 천원, 이천 원 돈을 모은 동지들

몸 안에서 채 식지 않은 우리들의 사랑

손끝에서 잊혀지지 않는 우리들의 투쟁

초코파이 케이크 촛불로 타오릅니다

당신의 화약고 같은 가슴에 

오래간만에 동그랗고 따뜻한 눈물이 맺혔습니다

동지가 동지의 투쟁 무기가 됩니다

 

― 비록 패배할지라도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더 많이 깨지고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폭포수처럼 단풍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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