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나날 - 임유선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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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민주광장 앞에

합법적으로 날이 저물고 있다

군화발로 짓밟지 않아도

깃발은 평화적인 집회에 익숙해져 있고

생산을 중단시키는 불법적인 투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뭐 같다보니

포대 자루 같은 몸을 이끌고 어떤 시인은

탄압받는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쪽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돈 몇 푼 올리고 짤리지 않고

사람대접 받기 위해서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오늘 다행히 사건이 없었지만 간신히

간신히 통제된 시간일 뿐이다

들쑥 같은 투쟁전통은 수립되지 않았다

원칙을 잃어버린 자들은

현실 앞에서 독사처럼 웃었다

조건에 맞고 합법적인 투쟁들만 

사업계획으로 인준되었고 

투쟁해야 할 때 투쟁을 회피해가는 

유려한 논리는 

모든 기회주의자들의 빼놓을 수 없는 재능이다

투쟁을 피해가는 자 입을 다물라

현대자동차 민주광장 건너편

포시즌 호프집에 달이 떠 듯 불이 켜지고

푹신한 소파에 지친 몸을 의지한 그대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봄밤, 둥그런 달빛처럼 생기가 돋는다

한 판 붙자는 현장과 대중투쟁 없이 교섭에 목매다는 세력과의 충돌은 

피해갈 수 없다

피해갈 수 없다면 뚫고 가는 거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한 몸짓으로

일어서는 비정규직 투사들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가장 높은 곳, 노동해방으로

역류하는 운동 

그녀와 그 그리고 우리들

비정규직 투사들이 먼저 결단하고 먼저 조직하고 먼저 투쟁한다

불법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우리는

공인받지 못한 전투적 행동을 조직하는 우리는 

누가 행동하는 투쟁의 주체인가

누가 활동하는 투쟁의 지도부인지를 검증할 것이다

길은 직선이 아니라도 좋다

생산을 중단시켜 우리는 단결을 얻을 것이다

생산을 중단시켜 우리는 불법비공인 연대파업의 

깃발을 올릴 것이다

임박한 혁명처럼 폭력적으로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