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말기 암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무덤덤했다
몸에 온 손님처럼 그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아픈 엄마 곁에서 오히려 내가 더 막막해질 때가 있다
내 곁을 지나가는 저 두루미는 과연 노을에 깃들 수 있을까
더듬거리며, 더듬거리며 길 찾는 몸짓으로
난 어느새 갈대숲을 걷고 있었다
갈대는 엄마처럼 메말랐다
바람이 불때마다 세상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음계가 쏟아져 나왔다
가만히 들어보면 죽기 살기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갈대는
갈대는 소멸하지 않기 위하여
저토록 지독하게 아름다운 선율로 흔들렸던 것이다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
모든 것을 깃들게 했던 것이다
저 흔들림의 내면이 돌봄이었다니
모든 생명이 모든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무수한 중심이었다니
오늘 아침,
엄마는 새로운 세계의 첫 날처럼 웃었다
마른 몸은 씨앗을 품고 무수한 중심으로 직립하기 시작했다
2014년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