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그리고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어도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먼 곳에 있는 그대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이
이번 생에서 제일 좋았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새로운 인간의 연대기인지도 모른다
태양계에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손금처럼 사랑의 지층을 이루고
경쟁이라는 단어를 발음해본 적 없는 세대가
땅의 촉감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모든 사건은 온통 아름다움에 이르러서야 완성됐다
마침내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