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내 20대, 인민노련의 노회찬이 반성문을 쓰고 합법의회주의자로 자신의 노선을 수정했을 때, 한국에 트로츠키주의자들이(IS)이 들어와 활동을 시작할 무렵, 난 그들과의 이론투쟁 속에서 프롤레타리아독재론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프롤레타리아독재론자로 살아왔다 이행의 삶을 꿈꿔왔다
하지만 난 통일을 위해 차이를 희생시켜 왔고 차이를 견디질 못했다 축출과 분리가 활력 있는 정치생활이라 믿었으나 이행의 삶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손쉽게 적을 쏙 빼닮았다 비스듬하게 기댔던 벽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믿고 확신했던 것은 행복한 적이 없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먼 곳으로 떠나는 설렘이거나 사랑하는 당신을 기다리는 연애의 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의심 많은 밤이 찾아왔으나 난 단 한 줄도 쓰여 지지 않은 검은 페이지가 더 진실 돼 보였다 내가 쓰고 싶었던 첫 번째 문장은 지리산을 향했다 지리산행은 내게 과연 사랑이고 몸의 자유이고 빛나는 전망일 수 있을까? 사실 잘 몰랐다 다만 지리산이 날 품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흙 한줌으로라도 지리산에 머물고 싶었다
노고산장 밖에서 비박을 했다 침낭을 깔고 비닐을 덮고 누워 본 밤하늘은 고추밭 같았다 별빛들은 고추밭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고추처럼 빛났다 난 땡초처럼 얼얼한 별 하나 가슴에 품고 싶었다 순환 가능한 삶은 가능할까? 난 지는 유성을 보며 특별히 소원을 빌지 않았다
별빛들의 유영하는 좌표를 따라 바람이 불었다 이제 가야할 곳을 질문할 때다
차이는 지리산의 샘물 같은 것이다 참 맑고 투명한 동력, 내가 원했던 것은 샘물처럼 그렇게 빈틈없이 평등한 것이다
대의제도가 평등을 대표하고 혁명적인 때는 이미 지나갔다 별빛들은 무수한 차이들의 협력으로 스스로 빛날 뿐 누구도 대의하지 않는다
땡초처럼 내 가슴을 얼얼하게 하는 별빛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내 심장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고 싶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냥 느껴지는 것이 있다 무수한 차이로 이뤄진 당신을 품을 자리 …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