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잔업을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종일 용접 불꽃에 데인 눈은 침침하고
용접가스에 그을린 속은 울렁울렁하다
PEARL JAM의 TEN 앨범을
턴테이블 위에 놓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음악이 있고 한 잔의 커피가 있는
다소 편안한 순간에도
창문밖에는 형편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소리는 기계소리 같다
난 작업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진저리를 치며 볼륨을 올린다
락 기타 음의 악보에
내 불안의 리듬을 적는다
아! 난 작업장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집회 몇 번 참석하고 구호도 몇 마디 외쳐 보고
가슴으로 민중가요 몇 소절 부를 줄 아는 나는
규열이가 몸살이 나 결근을 할 때도
내 사랑의 마음 한 첩 다려 병 문안도 못하고
일당 200원으로 일을 시작했다던 김씨 아저씨
붉은 머리띠 두르고 30년 노동을 넘어
노동해방을 외칠 때도
애인 방의 침대를 생각하곤 했던 나는
천지인의 <열사가 전사에게>를 따라 부르며
꿈결에선가 마구 울었고
벽에는 노동자 대회 포스터가
통증처럼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