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눈곱조차 떼지 못한 거리를
해장 할 여유도 없이
아들놈 인사 받을 틈도 없이
늙은 자전차
페달을 밟았다
조기출근! 조기청소! 조기체조!
서둘러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녹슨 자전거 체인 같은 관절을 움직여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그래서일까 박 부장은 임단협이 시작되자마자 조용히 불러 일이 생기기 전에 알려 달라고 커피까지 손수 가져와 말을 꺼냈다. 그저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만 주면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반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진한 커피 향처럼 부푼 꿈은, 박 부장의 말은 정말이지 아침마다 밟아 대는 페달처럼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음모였다.
박 부장에게 상장이 수여되고
사장실에서 샴페인이 터지고 있을 때
'툭하면 집회참석도 못하게 하는'
노무관리를 위한 대외 비밀문서에
불길이 솟았다
녹슨 자전차 체인 같은 관절로 버텨 온 노동
뼈 속으로 차 오르는 분노
녹슨 자전차 페달을 밟듯 그렇게
불길이 솟았다
된장찌개 하나로도 따뜻하고 느긋한 아침밥상
그 작은 행복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그 작은 행복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면
'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혁명 이외의 다른 길이 있는가?
온 몸으로 타올라 길이 되려 했던
동지여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 오라
절망의 공장으로 돌아 오라
해답을 찾아가는 몸짓,
소멸되지 않는 힘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몸짓,
꺼져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절망의 공장으로 돌아 오라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