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현장 조합원을 만나러 가는 길
난 택시 값 2만원을 준비한다
오늘도 그를 만나지 못하고
택시 값을 날릴 지도 모른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겨울나무는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갔던 빛을
서둘러 거두어들이고 있다
현장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벌써 수십 차례 전화 연락과
약속을 잡았지만
그는 항상 바쁘단다
현장 투쟁이 바쁘단다
조합을 떠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단다
나는 급기야 그의 집 부근에서
자정이 가까워 오도록 기다린다
아주 오랜 시간
그의 생활에 좀더 가까이 갈 것이다
- 현장 속으로!
그가 쌓아 올린 사회주의자의 불신의 탑에
돌 하나를 보태지는 않을 것이다
- 생활투쟁, 바로 그의 곁으로!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기다림에 지쳐 돌이 되어도 좋다
그러나 난 그가 동지라는 말 한마디로 날 호명할 때
- 집 부근이 아니라 파업 투쟁 속에서, 바로 그의 곁에서!
돌이 된 내 몸은 사르르 젖이 돌 것이다
돌 속에서 마침내 꽃을 피울 것이다
자정은 가까이 오고
자정은 그처럼 말이 없다
그를 기다리는 끈기만큼
자정은 새벽으로 가는 통로가 되고
그 끝에는 악수가 준비되어 있다
난 이 어둠 속에서 손을 따뜻이 한다
저 쪽에서 그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