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시詩를 쓰고 싶다던 후배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돈으로 출판한
자신의 시집詩集을 내게 선물했다
후배의 회의와 광기 속으로 단풍이 지고 있었다
내 앞에서 대안처럼 읽혀지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에서조차
피 묻은 돈 냄새가 났다
나는 단풍이 지는 거리를 오래도록 걸어다녔다
많은 싸움이 있었지만 위기를 경험한 문들은
더 많은 일과 의욕적으로 기획된 실업의 거리로 열려 있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망 속에서 사랑을 기다렸으나
긴장을 잃어버린 눈빛은 사랑이며 깃발, 혁명 같은
자신의 격렬했던 경험들을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었다
원칙 없이 뚱뚱해진 반성 속에서는 아무 것도 이룩되지 않았다
지금 내가 눈물에 신세지고 있는 슬픔은
자신 있게 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좋지 못한 추억을 너무 많이 소지한 것처럼
단풍이 지는 거리에서 후배의 시詩를 읽었다
"가장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싶었다"
그러나 후배의 충동적인 일탈은 전적으로 개인의 불행이었고
물샐틈없이 완고한 거리의 질서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먼길 가는데 지쳤으나
나는 나의 맑은 눈물 속에서부터 길을 낸다
아직은 추억할 때가 아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의 몸짓으로
나는 돌아갈 곳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
사랑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목숨이 살아 있는 한 가야 할 길이 있다
나는 늦지 않은 가운데 후회 없는 용기의 시작을 위하여
슬픔의 길밖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