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돌아가신 중광스님은
봄보지가을좆 봄보지가을좆
이렇게 시를 써 놓고는
싱글싱글 벙글벙글 했다는데
봄보지가을좆 봄보지가을좆
난 항상 왜 이렇게 빳빳한지
왜 이렇게 그대만 생각하면
빳빳하게 일어서는지
빳빳하게 일어서는 것 말고는
빳빳하게 섰다가 싸는 것 말고는
싸 놓고 욕심 차린 맘 말고는
그대에게 해 준 것 없이
이기적이었네
봄보지가을좆 봄보지가을좆
탱글탱글 잘 익은 가을좆이
눈 녹은 맑은 냇가, 봄보지에게
봄가을 없이 함께 피는 꽃으로 가겠네
좆 잡고 반성하는 어눌한 자세로
수컷은 안 된다는 자괴감이 아니라
가다가 깨지고 엎어지고 주저앉더라도
품어 안는 사랑, 그대 몸 따뜻함으로
나 다시 빳빳하게 일어서겠네
봄가을 없이 싱글벙글, 함께 꽃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