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삼양동 입구와 미아삼거리 사이
몇 날 몇 일을 지하도에서 새우잠을 잔
땟국물 절은 얼굴과 머리
브라자끈을 드러내 놓고
엄지발가락이 뾰족, 튀어나온 신발을 질질 끌며
철지난 겨울 외투를 왼손으로 접어 든
미친년을 매일 보네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군바리처럼 팔을 90로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그년을.
그년의 유일한 관심사는 사람이라는 듯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오직 사람들만 보며 걷네
간판이 원하는 방향으로 걷지 못하고
끝내 사람들 속을 걸어가네
히죽히죽 거리며
침까지 퉤, 퉤, 퉤 뱉으며
그년은 세상 밖으로 가는 비밀을 엿보네
마치 지 년이 새로운 길이라는 듯
군바리처럼 팔을 90로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봄날, 미친년
나른하게 펼쳐진 신세계 백화점 앞
기획된 풍경을 끝내, 망쳐 놓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오! 봄날, 미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