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오늘도 아내는 철야를 하는구나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들고
자정이 지나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고는 나지 말아야 하는데
제발 그래야 하는데
새벽녘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아내는
폭, 쓰러져 형의 품에서 잠이 든다
가쁜 들숨과 날숨
신나 냄새가 진동을 한다
도장공의 피 속에는 신나기가 흐른다
처녀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도장공 터치업 아줌마들
아내의 굳어진 몸을 주무르면서 형은 새벽을 맞는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선주들은 진수식 붉은 샴페인을 노동자의 피로 대신하고
관리자들은 우리가 다치고 병신이 되고 죽어나가든 상관하지 않는다
검사 날짜만이 중요할 뿐이다
아이들 잘 키워보자고 하는 짓인데
아이들과 함께 놀아 줄 시간도 없다
맞벌이를 해도 보험 적금 아이들 교육비 빼고 나면
한 달 살기도 빠듯하다
오늘도 이 반장 새끼는 검사시간 맞추라고 사람들을 잡겠지
빨리 빨리 싸게 싸게
쉴 틈 없이 일을 하다 보면 또 그렇게 한 사람이 앰뷸런스에 실려 나간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고 했던가?
하지만 한 번 그만두면 6개월은 다른 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는데
어쩔거나
미포조선에 가볼꺼나
아니면 거제도 대우나 삼성으로 가볼꺼나
하청 신세에 싸움은 멀기만 한데
곤히 자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는 형의 눈빛은 핏빛이다
죽음처럼 잠든 아내의 고단한 몸을 일으키는 형의 눈빛은 핏빛이다